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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프로젝트였던 FigNotion 출시 과정과 그 후의 일들

leesche 2024. 2. 18. 20:59

https://www.figma.com/community/widget/1338983457633205967

사이드 프로젝트 출시는 여러 방면에서 그것을 만든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얼마 전 사이드 프로젝트로 만든 FigNotion이라는 제품을 Figma Community에 출시했습니다. 이 제품은 Figma라는 디자인 도구의 Widget으로, Notion 페이지의 내용을 Figma로 불러들여 문서 파편화 문제를 해결하고 협업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FigNotion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이야기를 알고 싶으시다면 이 글을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FigNotion의 탄생에 대해 간단히 말해보자면, 회사에서 문서 파편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 내부에서만 사용할 목적으로 FigNotion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나름 잘 사용하고 있었죠. 그리고 이런 문제 해결 경험은 개인으로서도 인상 깊고, 회사로서도 소개하기 좋은 사례라 생각되어 지난 달 말엽에 회사 기술 블로그에 해당 제품과 제품을 개발하게 된 과정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글은 이 제품이 어떻게 커뮤니티의 주목을 받고, 그 과정에서 제가 겪은 일련의 통찰(?)을 기록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상황: 예상외로 좋은 반응

LinkedIn에서 저의 동료가 FigNotion을 홍보하면서 제 마음에 급격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의외로 반응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죠.

FigNotion은 처음에 만들어지기로, 회사 내부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었습니다. 하지만 이 LinkedIn 글이 인기가 많아짐에 따라 저는 저의 느긋한 계획을 수정해 빠르게 FigNotion을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수정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블로그 글 제출만으로도 오랜 숙제를 끝냈다는 마음으로 한 숨 돌리고 있었거든요 😅)

위 글을 올려준 동료가 감사하게도 FigNotion 제품 커뮤니티를 만들라는 아이디어를 줬었기 때문에, 저는 FigNotion 슬랙 채널을 만들어 제품 개발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렸습니다.

그리고 2주 쯤 지났을까요. 저는 오직 저의 회사 Notion만 불러올 수 있었던 Figma Widget을 Notion Token만 있으면 어떤 Notion Page든 불러올 수 있도록 FigNotion을 업데이트했습니다. 그리고 그 소식을 슬랙 채널에 알렸습니다. 반응은 그렇게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았습니다. 소소했죠!

그리고 동시에 이왕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을 Figma Community에 공식 출시해보자 생각해 귀찮은 작업들(Widget 아이콘 만들기, 위젯 설명 작성하기, 데모 영상 만들기 … 등)을 감수하며 FigNotion을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보다 빨리, FigNotion은 승인되었고 Figma Community에 출시되어 누구나 FigNotion을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얼떨떨 했고, 무척 기뻤습니다!

어쩌다보니, 별다른 준비 없이(사실은 첫 프로토타입 개발로부터 엄청난 시간이 흘렀지만) 이제 저는 조그마한 실시간 서비스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사람이 된 것이었죠.

변화: 단순한 개발자를 넘어서 다양한 시각으로 제품을 바라보게 되다.

이 출시는 저로 하여금 제가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시각으로 제품을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처음에 든 생각은 복합적이었습니다. 아래와 같은 생각들이 제 머리를 가득 채웠었죠.

어떻게 FigNotion을 홍보하지? 그런데 FigNotion은 어디까지 개발해야 하지? 아직 많이 부족한데 …
FigNotion 소스코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해야 하나? 너무 부끄럽다. FigNotion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잠깐만, FigNotion으로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

그런 생각들로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찰나, 고객으로부터 첫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처음으로 받은 FigNotion 사용자의 피드백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지원 안 되는 Notion 블록들이 있어요.”

저는 그 즉시 FigNotion이 모든 Notion 블록들을 지원할 수 있게끔 개발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위험한 생각이었죠. 모든 노션 블록을 개발하는 것은 뭐 … FigNotion이 제품으로 ‘기능’이 더 많아진다는 일이지만 그것이 정말 제한된 시간 내에 FigNotion 개발로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으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인지 반문해야 했습니다. 어라? 이런 우선순위 결정은 제가 회사에 있을 때 Product Owner가 주로 했었는데 ... 저는 FigNotion의 PO가 되어야 했습니다.

FigNotion의 사용자 경험은 어떻게 챙기죠? 블록들 간의 간격, 아이콘은 어느 위치에 넣을지, Figma Widget을 실행하고 Notion을 연결하는 과정은 어떻게 설계할까요. FigNotion이 프로토타입일 때는 저의 훌륭한 Product Designer 동료에게 조언을 구했었지만, 이제 FigNotion은 온전히 제 책임이었습니다. 저는 FigNotion의 PD가 되기도 해야 했습니다.

홍보는 어떻고요. Figma와 Notion을 동시에 사용하는 사람들 중에 비슷한 문제를 겪는 사람들은 세상에 엄청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만든 제품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이득을 얻었으면 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FigNotion을 널리 알릴 수 있을까? 제가 가진 채널은 몇 개 없었습니다. 어... 저는 FigNotion의 마케터가 되어야 했습니다.

저는 FigNotion을 서비스하는 하나의 주체가 되어 총체적으로 생각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야 할 게 많을 줄 예상 못 했습니다. 별 생각 없이 출시한 다음, 제가 한 행동들은 그다지 합리적인 결정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래와 같은 의문과 후회가 저를 덮쳤습니다.

  • FigNotion 출시 이후, Background Color, Divider 블록을 먼저 지원했는데 Numbered List 블록을 먼저 지원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 어떤 것이 문제인지 더 자세히 알려면, 주변에 있는 PO와 PD를 더 인터뷰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 더 많이 홍보하려면 어떤 채널이 효과적인지 미리 조사해서 출시 직후에 알리는 게 좋지 않았을까?

물론, 이를 미리 예상했다면 출시를 하기 전까지 준비를 하느라, 링크드인 홍보 이후 3개월, 6개월 동안 출시를 미뤘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닥치면서 하는 게 가장 나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르죠. 뭐가 됐든, FigNotion은 이미 세상에 나왔습니다. 갖은 고생으로 더 나은 제품으로 변해갈 일만 남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어떤 것을 배우고 깨닫고 후회하고 즐거워하고 슬퍼하기도 하면서 변해갈까요? 상상만으로도 두근거리고 즐겁습니다.

결론:

FigNotion과의 여정은 제가 단순한 코딩 작업을 넘어 제품 개발자로서 보다 넓은 시야를 개척하며, 제품 개발자로서 내 역량이 한 단계 높아지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학습과 혁신의 여정을 계속해 나갈 것이며, 변화하는 나 자신을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